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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7번 코를 후빈다, 당신은 몇 번?”

[과학기자가 읽는 과학책]‘이그노벨상 이야기’ 마크 에이브러햄스, 살림刊

2012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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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초, 대한민국의 기자들은 바쁘다.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 후보에 올랐는지, 경쟁국 일본과 중국이 받는 것은 아닌지 더듬이를 세우고 지켜본다. 지난해에는 국내 모 줄기세포 관련회사 대표가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파란 지붕 집’에 사는 분까지 흥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에서 진짜 노벨상 못지않게 다루는 게 또 있다. 바로 ‘이그노벨상’이다. 코파는 사람을 연구하고, 비둘기를 관찰하고, ‘남성(?) 길이’를 측정해 영예로운(?) 상을 받는다. 기자로서는 신문 또는 방송의 ‘가십’ 코너에 몇 줄 끄적이고 하루의 기삿거리로 할 만한 소재다. 그러다보니 매년 이그노벨상 발표 때가 되면 은근히 보도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그노벨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면

포털에서 이그노벨상을 검색하면 이 상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찾을 수 있다. 주로 자극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뽑고 ‘이러 저러해서 황당하다’는 식이다. 기자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만들어진 기사만 가지고는 이그노벨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이그노벨상의 창시자 마크 에이브러햄스가 직접 쓴 '이그노벨상 이야기(Ig Nobel Prize)'을 통해 이 상이 왜 생겼는지, 누가 어떤 주제로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그노벨상은 매년 ‘다시는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상을 준다. 수상자 대부분은 과학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놀라서 머리를 흔들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수상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거나 또는 ‘(삶에서) 지워야할 흠집’ 정도로 본다. 시상식 당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자비를 들여 참석해 수상소감을 밝히는 사람도 있고, 기분이 나빠서 인지 아무 말 없이 참석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시상 분야는 △의학과 보건 부문 △심리학과 지능 부문 △경제 부문 △평화와 외교 부문 △화학 부문 △생물학 부문 △수학과 통계학 부문 △물리학 부문 △공학과 기술 부문 △문학 부문 △기타 부문 등이다. (10개 부문이라고 알려졌는데, 기타 포함하면 10가지가 넘는다)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버드의 ‘황당무계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주관하고 시상식은 하버드대에서 열린다.

●기괴하고 황당하지만 나름대로 진지한 연구

의학상: ‘사람들은 하루 평균 4번 코를 판다. 열 명 중 1명가량은 20번 이상 판다.’
심리학상: ‘비둘기는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한다.’
화학상: ‘사랑을 시작한 사람은 강박증 초기 환자와 유사하다’
통계학상: ‘키와 발의 크기는 음경의 길이를 예측하는 데 적당하지 않다.’
수학상: ‘얼마나 많은 수의 앨라배마 주민이 지옥에 갈 것인지에 관한 각 지역별 예측치’
물리학상: ‘달걀 껍데기 속에 포함되어 있는 칼슘이 저온 핵융합 과정을 통해 생성되었다.’
(…)

책에 소개된 수상작 중 일부다. 연구 주제만 봐도 “뭐 저런 걸로~”라며 웃기 마련이다. 일부 수상작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다. 또 일부는 너무나 ‘정신이 집 나간’ 행위나 연구라서 ‘비꼬기 위해’ 상을 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나름대로 진지하다. 웃기면서도 머리 속 한쪽 구석에서는 ‘흠~ 사실은 나도 궁금했었어’라고 생각할만한 주제들이다.

코파기를 보자. 사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하루에 몇 번은 코를 만진다. 코를 풀 수도 있고, 콧속에 있는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서 후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누구나 그렇다고 그럴 것이다.

이 내용을 읽고 ‘나는 몇 번이나?’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하게됐다. 대략 7~8회였다. 평균보다 많았다. 개그콘서트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최효종 씨에게 ‘나는 리노틸렉소마니아(Rhinotillexomania·강박적인 코파기) 증세가 있는 것인지’를 물어봐야할 듯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정말 후빌까’라는 생각으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게 됐다.

‘개구리 몸속의 약한 자성을 이용해 개구리를 공중 부양한 연구’도 눈에 띈다. 자석이나 기차도 아니고 쓸데없이 웬 개구리? 그런데 이 연구를 한 사람은 그래핀으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교수다. 이그노벨상이 단순히 괴짜 과학자들에게 주는 상이 아니란 말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중 부양한다고 말한 허 모 후보가 떠오른다(올해도 나올까?). SF 영화에서도 공중 부양 얘기가 나오지만, 보통 과학자들은 가능성에 대해 사고실험(思考實驗)을 주로할 뿐 실제로 도전해보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의 이 연구는 그래서 더욱 참신하게 느껴진다.

발크기와 남성 음경 크기간의 상관관계 연구도 사실상 궁금해하면서 ‘체면’ 때문에 못하는 연구주제다(우리나라는 보통 코 크기와 관련지어 생각한다. 이거 누가 조사 안하나?).

●한국판 이그노벨상, 아직은…

이그노벨상 시즌만 되면 ‘한국판 이그노벨상을 하나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그노벨상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직은 힘들겠다’고 한숨을 쉬게 됐다.

우선 과학계의 과도한 엄숙주의가 ‘괴짜연구’를 어렵게 한다. 3~4단계 건너면 다 아는 작은 사회에서 ‘코 후비기 연구’를 하는 사람은 과학계에서 ‘코딱지 박사’라는 오명을 덮어씌우고 비하한다. 아마도 과학계의 ‘왕따’가 될 것이며 다시는 회복하지 힘들지 않을까.

(실제로 아는 박사 중에 방귀의 성질에 대해서 연구하려 했지만 자신의 아이가 ‘너희 아빠는 방귀박사’라고 놀림 당할까봐 발표를 하지 않았다.)

미디어에 나오면 “자네 출세했어”라고 비꼬는 학계 분위기도 이유다. 대중 과학서를 내거나 강연을 하면 “연구는 접었나봐”라는 동료 과학자들의 비아냥. 이런 분위기에서는 신기한 것, 금기시된 것을 파헤쳐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신기한 연구를 놓고 웃고 떠들며 파티를 즐기는 이그노벨상 문화가 정착하기 힘들다. 후보작이 될 만한 연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실적주의도 즐거운 연구를 방해한다. 정부나 기업의 연구 프로젝트는 대체로 성과를 요구한다. 기초과학연구라도 2~3년뒤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연구비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증언이다. 이그노벨상 후보작이 될만한 기괴한 연구는 우리에게는 아직 너무나 한가한 주제에 불과하다.

●머리를 식히거나 아이디어를 얻거나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몇 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우선 장점은 책을 1쪽부터 326쪽까지 ‘쭉~’ 읽지 않아도 된다. 먼저 이그노벨상에 대한 소개가 있는 저자의 서문을 꼼꼼하게 읽은 뒤, 목차를 보고 아무거나 읽어도 된다. 각각의 수상작 소개는 독립적으로 이뤄져 있다.

둘째, 재밌다. 이그노벨상 수상작 자체가 갖는 코믹함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시트콤 ‘빅뱅 이론’과 같이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키득 키득’ 거리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얘기다.

셋째, 활용 가능하다. 한번 웃고 책을 덮으면 뭔가 허전하다. 하지만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면 ‘그럴싸한 연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좌중을 주도할만한 소재를 많이 건질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자주해야하는 직장인이라면 책에서 읽은 사례로 쓸 만하다.

단점은 책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 소개된 수상작들이 언제 상을 받았는지, 누가 추천을 했는지 등 부속 정보를 찾기 어렵다. 저자는 수상자 목록을 보고 다시 읽어보라고 서문에 썼지만, 인터넷에 가서 찾아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책 뒤에 역대 수상자 목록과 업적 등을 포함했더라면 독자들에게 더 좋았을 것인데….

원문과 비교해보지 않아 번역이 잘되었는지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여기에 소개된 수상자들의 이름이 기존의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표기법과 다른 사람이 많다. 추가 정보를 얻으려면 역자가 괄호에 써준 원어 이름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e북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나와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김규태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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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이그노벨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재미있는 기사ㅎㅎ     2012-01-15 22:17:22 | lovekiwi1130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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