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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에 美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

2008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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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략적 무역이론’ 정립… 경제위기 족집게 예측

94년 아시아 금융위기 경고 논문으로 이름 날려

날카로운 비판 - 독설… ‘현실참여형 학자’ 꼽혀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미국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55) 교수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크루그먼 교수는 전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던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이라는 연구 분야를 통합했다”며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영향, 세계적 도시화를 불러온 이유 등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외환위기를 3년 앞서 사전 경고

‘준비된 노벨 경제학상 후보.’ 크루그먼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이렇게 불렸다. 1991년에는 전미경제학회가 경제학 분야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신케인스주의자로 분류된다. 자유주의자이며 진보주의자인 그는 민주당원으로 공화당의 경제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1982∼1983년 레이건 행정부 경제자문회의에서 일하기도 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시아 기적의 신화(The Myth of Asian Miracles·포린 어페어즈 1994년 11, 12월)’란 논문을 통해서다. 이 글에서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성장은 요소생산성의 향상(기술 진보)에 의해서가 아니라 요소투입량(노동과 자본 등)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요소투입량은 무한정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성장도 곧 한계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아시아 경제의 전망을 낙관하던 시기에 그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확고한 통계 자료만을 갖고 이를 부정해 버렸던 것. 아시아는 그로부터 3년 뒤 금융위기를 겪었다.

○학자이며 칼럼니스트

1953년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1974년 예일대를 졸업하고, 1977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1988년)인 로버트 솔로 교수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창 시절 공상과학 소설에 빠져 있었으며,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Foundation)’ 3부작에 열광했다.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문명을 구하는 역사심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학문이 없어 가장 유사한 경제학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독설로도 유명하다. 최고의 경제 칼럼니스트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게재하는 칼럼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현실 참여형 경제학자’로 꼽힌다.

1998년 스탠퍼드대에서 크루그먼 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고려대 강성진(경제학) 교수는 “당시 대학 학장이 크루그먼 교수를 ‘오늘 저녁에 이론적인 논문을 쓰고, 내일 아침에는 현실적인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독점적 경쟁 이론’으로 주목

스웨덴은 볼보라는 세계적인 자동차를 생산하면서도 세계 각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는 이유는 뭘까. 고전경제학파인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시작된 국제무역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동차 수출국이자 수입국인 스웨덴의 사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크루그먼 교수는 1979년 국제경제학저널에 발표한 10쪽짜리 논문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모델을 내놨다. 대량생산이 단위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규모의 경제’ 이론과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도가 다양한 상품 공급을 만들어낸다는 가정에서 같은 수준으로 산업화된 국가 간에 발생하는 교역을 설명한 것.

1982년부터 2년간 MIT에서 크루그먼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부(국제무역학) 교수는 “과거의 무역이론에서는 국제무역이 완전경쟁 시장으로 가정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교역이론에 경제 지리학을 적용해 ‘무역시장도 불완전경쟁 시장’이라는 현실적 전제 위에 교역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적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91년 이 모델을 노동의 이동과 기업의 입지를 설명하는 종합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규모의 경제와 교역을 방해하는 수송비용이 공동체의 집중화와 분산화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도시화된 ‘중심부(core)’와 저개발된 주변부(periphery)로 분화된다는 것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폴 크루그먼 교수

▽1953년 2월 28일 미국 뉴욕 출생 ▽1974년 예일대 경제학과 졸업 ▽197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78∼1996년 예일, 스탠퍼드, MIT 교수 ▽1996년∼현재 프린스턴대 교수 ▽2000년∼현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주요 저서: 국제경제학(이론과 정책·1988년), 기대체감의 시대(1989년), 공황경제학의 도래(1999년), 엉터리 수학(감세정책의 핵심가이드·2001년), 대폭로(2004년), 한 자유주의자의 양심(2007년) ▽주요 수상 경력: 1991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전미경제학회에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 중 경제학계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주는 상), 2002년 미국 편집자협회 ‘올해의 칼럼니스트’, 2004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왕자 상(유럽의 퓰리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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