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첫 전기를 생산할 시화호 조력발전소. 경기도 안산시 작은가리섬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발전소 건설의 전체 공정률은 85%다.

경기도 안산시 작은가리섬에 위치한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릴 만큼 수질 오염이 극에 달했던 곳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방조제를 열어 담수호를 해수호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게 전화위복이 된 걸까. 수질 오염이라는 큰 골칫거리를 안겨줬던 방조제가 그때부터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희망을 품은 시험무대로 탈바꿈했다. 이왕 방조제를 열어 바닷물을 통하게 한 김에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의 이점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 지름 7.5m 프로펠러, 분(分)당 64번 회전
그렇게 해서 2004년 12월부터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25만 4000㎾급)의 조력발전소가 이곳에 세워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프랑스의 랑스 발전소가 발전시설용량 24만㎾ 수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조력발전소다.
공사가 한창이던 6월 17일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는 한 무리의 방문단이 있었다. 아프리카 이집트와 탄자니아에서 온 공무원들이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 곳곳을 견학하고 있던 것. 이 중 앤서니 마사위 씨는 “이렇게 거대한 규모로 조력발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탄자니아는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발전에 주력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조력발전에도 관심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와 함께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직접 내려가 봤다. 아파트 10층 높이인 34m를 파고 내려간 작업장에 들어서니 가로 길이 총 370m의 거대한 조력발전소와 함께 26m 높이의 크레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작업장 규모는 13만m2로 축구장 13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조력발전소는 크게 ‘수차발전기’와 ‘수문’으로 이뤄진다. 수차발전기는 조수의 차에 따라 실제 발전(發電)이 이뤄지는 부분으로,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는 수차발전기 10기가 옆으로 나란히 들어설 예정이다. 한 기당 폭 20m, 무게 800톤에 달하는 수차발전기 각각에는 지름 7.5m의 프로펠러가 설치되고 있었다. 시화호 쪽으로 들어오는 거센 바닷물이 이 프로펠러를 1분에 64번 돌려 전기를 만들 예정이다.
수문은 말 그대로 문을 열고 닫으면서 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통로. 프로펠러가 없어 발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수문은 폭 15.3m, 높이 12m로 모두 8대가 설치된다.

수차발전기의 프로펠러 부분. 지름 7.5m의 이 프로펠러는 밀물이 들어올 때 1분에 64번 회전하며 전기를 만들 예정이다.

조력발전은 밀물과 썰물로 인한 수위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아 조지(潮池)를 만들고, 이 조지와 외해(外海) 사이에 바닷물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수위차를 이용한 물의 힘으로 발전을 한다는 점에서 수력발전과 기본원리는 같다. 다만 조력발전은 바닷물이 통과하기 때문에 염분에 부식되지 않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부품을 사용한다.
● 20만 가구 1년 동안 쓰는 전기 생산
“조력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을 비롯한 여러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합니다. 시화호 조력발전의 예상 연간 발전량은 5억 5200만㎾h로 소양강댐의 1.56배 규모예요. 이는 도시의 20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합니다.”
김만기 한국수자원공사 조력사업처장이 설명하는 조력발전의 장점은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석유나 석탄 같은 연료원이 필요 없고, 원자력과 달리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다. 바닷물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조수간만을 일으키는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무궁무지한 에너지라는 것이다. 또한 조수간만을 이용하므로 보름 뒤나 1년 뒤, 심지어는 100년 뒤에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양과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내세우는 연간 발전량(5억 5200만㎾h)의 계산법은 이렇다. 먼저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전기를 만드는 방식부터 이해해야 한다. 첫 단계로 수차와 수문을 모두 열어 시화호 쪽 바닷물을 밖으로 빼서 해발고도 -4.5m의 수위로 만든다. 그리고 수차와 수문을 완전히 닫는다. 따라서 밀물이 밀어닥치면 시화호 쪽 수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외해 쪽 수위만 점점 올라간다.
조력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위차가 2m이므로, 외해의 수위가 -2.5m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차 부문만 연다. 거센 물살을 수차발전기 부분으로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프로펠러를 돌리며 4.4시간 동안 전기를 만든다. 시화호 쪽 수위가 -4.5m에서 -1m로 올라가면 다시 첫 단계로 되돌아가 바닷물을 뺀다.
하루에 두 번 밀물이 들어오므로 1일 평균 약 8.8시간 동안 발전할 수 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발전시설용량은 세계 최대 규모로 수차 10기를 합해 시간당 25만 4000㎾이다. 이는 수위차 5.82m 이상을 가정한 발전량이다. 공사 측에 따르면, 8.8시간 동안 수위차가 5.82m보다 클 때가 있고 작을 때도 있어 이를 종합해 감안하면 하루 평균 151만 4000㎾h을 생산한다는 것. 여기에 365일을 곱해 연간 발전량 5억 5200만㎾h가 계산됐다.
이 규모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2008년도 기준 유류 단가로 계산했을 때 약 86만 2000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 또한 이 석유를 화력발전에 사용해 전기를 만들면 약 31만 5000톤의 CO2가 발생한다. 이는 곧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1년 동안 저감(低減)하는 CO2의 양이다. 이를 국제 CO2 배출 거래에서의 2007년 공식단가인 CO2 1톤당 15.9유로에 대입하면, 우리 돈으로 한해 약 70억원에 해당한다.
현재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전체 공정률은 85%. 올 12월에 첫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김만기 처장은 세계 최대, 국내 최초 조력발전소라는 점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의 심경을 나타냈다.
“조력발전은 바다를 이용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습니다. 인위적으로 수위 조정이 가능한 수력발전에 비해 조력은 파랑과 해일은 물론 매일 조금씩 바뀌는 밀물과 썰물의 사이클을 고려해야 하는 등 매순간 자연과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이런 규모의 조력발전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기 때문에 과감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녹색선진국으로 가는 첫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글=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사진=김유미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