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餘震)은 잔인하다. 지진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찾아오고, 찾아오고, 또 찾아온다. 아이티는 지진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진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여진이 무서운 이유는 상처난 곳을 또 때리기 때문이다.
사실 여진은 먼저 발생한 지진보다 강도가 높을 수 없다. 앞의 지진이 대거 방출하고 남은 땅속 에너지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진과 첫 지진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진도 5 규모의 지진과 같은 크기의 여진은 피해 규모가 확연히 다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진수 지진재해연구실장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반과 건물이 단단해 진동을 견디는 능력이 높지만 여진이 일어날 때는 지반과 건물에 균열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흔들려도 큰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첫 지진인지 여진인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다른 이유다.
게다가 여진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첫 지진이 만든 단층면을 따라 전달된다. 이미 쪼개진 지반을 움직이는 것이 새 지반을 쪼개는 것보다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때 여진의 규모가 크면 첫 지진이 만든 단층면이 원래 방향을 따라 확장된다. 종이를 찢을 때 갈라지는 선이 계속 연장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신 실장은 “건물이나 지반이 붕괴된 곳은 여진 때 2차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붕괴 현장 주변의 안전한 지역도 단층면이 확장되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진전문가들은 아이티의 여진이 약 200차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에 발생한 비슷한 규모의 지진도 200차례의 여진이 뒤따랐다. 그런데 여진은 횟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지진의 규모는 에너지가 10배 커질 때 1이 상승한다. 즉 규모 6의 여진은 규모 4의 여진 100개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신 실장은 “남은 에너지가 하나의 여진에 집중되기보다 작은 지진 여러 개가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편이 추가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