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이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은 120, 일본은 170, 필리핀은 180 정도로 우리가 세계적으로 제일 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연료비 상승 등으로 적자가 심해져 올해 17.7%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올해 내 전기료 9% 인상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싼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 네티즌은 “현재 미국에서 각종 전기제품을 사용해 6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오는데, 이를 한국에서 사용할 경우 20만원이 넘게 나올 것이라며 한국 전기료가 결코 싸지 않다”고 말했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이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두 사람이 기준으로 삼는 전기료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전기료 평균을, 네티즌은 누진제가 많이 적용된 주택용 전기료를 대상으로 한 주장이다. 따라서 한국의 전기요금 체계와 나라 간 전기요금을 비교하면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나라마다 원가가 달라 전기료 단가 직접 비교는 부적절”
한국은 주택용, 산업용, 일반용, 가로등, 교육용, 농사용, 심야전력과 같이 크게 7가지의 전기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각 요금제마다 세부요금제와 누진제가 적용돼 실제 요금은 매우 복잡하게 산정된다. 한전은 각 요금제별 판매금액을 총 사용량으로 나눠 전기료 단가를 제공하는데, 2007년도 1kwh당 단가를 보면 주택용 95원, 산업용 65원, 일반용 98원, 가로등 71원, 교육용 77원, 농사용 42원으로 전체는 78원이다. 심야전기는 단가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 단가는 미국에너지정보국에도 등록된다. 각 나라의 전기료 비교에 활용되는 미국에너지정보국에서 제공하는 나라별 2007년도 전기료를 분석하면 한국의 주택용 전기료는 자료를 등록한 23개국 중 4번째로 싼 편에 속하고, 산업용은 등록 20개국 중 7번째로 싼 편에 속했다. 김 사장 말대로 제일 싸지는 않았지만 싼 편에 속했다. 각 나라는 산업용보다 가정용 전기료를 비싸게 책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한식 박사는 “일본은 지진이 많아 발전시설 비용이 높아 전기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원가가 다른 상태에서 일본과 한국의 최종 가격만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전기료 직접 비교 대신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료 비교로 세계에서 한국의 주택용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게 책정되는지 조사했다.
한국의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료는 1.48배, 일본은 1.52배(2006년), 프랑스는 2.82배, 영국 1,59배, 미국 1.66배, 대만은 1.34배로 나타났다. 2007년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료를 공개한 20개국 중 비율이 낮은 순으로 보면 한국은 10번째, 54개국이 공개한 2005년에는 28번째로 전기료 단가와 달리 중간 수준이었다.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료 국제비교(2007년도 기준이며, 일본은 2006년) 자료 미국에너지정보국

주택용 전기료 인상 명분 없어
특히 추가 취재결과 2007년도 한국의 주택용 전기료로 제시된 1kwh당 95원에는 주택용의 절반 가격도 안 되는 1kwh당 40원인 심야전력이 포함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심야전력을 빼면 단가가 113원으로 무려 18원이나 올라간다. 앞에서 심야전기 단가가 따로 제공되지 않았던 것도 주택용에 포함시켰기 때문이었다. 심야전기를 빼면 한국은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료가 1.72배로 20개국 중 6번째가 돼 세계에서 산업용 대비 주택용 전기료가 높은 나라에 속했다.
심야전력은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5.2%, 산업용은 52.9%를 차지한다. 심야전력은 별도의 심야전기용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신규 수요가 제한돼 일반인은 이용하기 어려운 전기다. 한 전문가는 “77%가 주택용으로 제공되지만 병원이나 교육시설 등에도 제공될 뿐 아니라 한전의 주요 적자 요금제를 흑자인 주택용과 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조9,0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도 2조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 또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산업용은 손해 보는 금액만 연간 약 2조 5000억원”이며, “심야전력으로 인해 연간 5000억~6000억원 가량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이나 가정용 모두 손해를 보면서 전기를 팔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말을 종합하면 산업용과 심야전력만 원가로 공급해도 한전이 수천억 흑자를 낼 수 있으며, 주택용으로는 단가가 낮은 교육용, 가로등, 농사용의 적자를 메우고도 이미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한전의 적자가 심야전력과 산업용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너무 싸게 책정된 데서 비롯됐으며, 주택용은 높게 책정돼 전기료 인상 명분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말한 셈이다.
“주택용 누진율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편 정 박사는 “가정용 누진율 비율이 11.7배에 달해 미국 1.1배, 일본 1.4배, 대만 1.3배에 비해 매우 높아 누진율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6단계로 나눠진 단계를 다른 나라처럼 3단계 정도로 줄이고, 누진율 비율도 1.5배에서 2배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가난해 한 가족에 대가족이 모여 사는 경우가 있고, 부유해서 여러 집으로 나눠져 사는 경우가 있다”며 “현 누진제에서는 이럴 경우 경제적 약자가 오히려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정 박사는 “기본 단가를 원가보다 낮게 해서 전기 낭비를 유도하는 현재 요금체계는 문제가 있다”며 “단가 격차를 줄여 전기를 항상 아끼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