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기업 이수앱지스가 개발한 국산 1호 항체치료제 ‘클로티냅’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670억 원 규모의 해외 수출계약을 맺었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이 체결한 수출계약으로는 드물게 큰 규모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수앱지스가 짧은 시간에 이 같은 성과를 올린 것은 미국이나 유럽 밖으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이 회사가 수출계약을 맺은 나라는 총 32개국. 그 중 페루와 에콰도르, 파라과이, 바레인, 예멘 등 20개국 이상이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다.
과거에는 중동이나 중남미 하면 에너지나 석유화학,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로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기업도 이에 가세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작지만 꾸준한 수요, 간단한 절차
클로티냅은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센토코어가 개발하고 다국적 제약사 릴리가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리오프로’와 성분과 작용 메커니즘이 같다.
이수앱지스 최창훈 사장은 “2015년까지 미국이 특허권을 갖는 유럽이나 일본 이외의 나라 중 시장 규모를 고려해 수출국을 물색했다”고 말했다. 미국 특허의 영향을 받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 성공한 셈.
삼양제넥스는 2003년부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 항암제 원료인 파클리탁셀을 수출해왔다.
삼양제넥스 유동혁 과장은 “남미 파클리탁셀 시장의 40% 정도를 우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중국 등 다른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함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처럼 2000년대 초부터 국내 바이오기업이 생산하는 의약품의 중동 및 중남미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주요 수출국은 브라질과 이란, 파키스탄.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액이 2002년 약 5천만 달러에서 2007년 약 8천만 달러로 늘었다.
중소규모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바이오기업은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나 판매망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의약품 시장에서 지명도가 낮아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에 미국이나 유럽보단 작지만 꾸준한 의약품 수요가 있는 중동이나 남미를 주목하게 된 것.
최창훈 사장은 “브라질의 경우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의 의약품 구입비를 정부에서 큰 폭으로 지원하고 있어 꽤 큰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수출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것도 중동 및 남미 진출의 장점이라는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이수앱지스 정수현 차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하려면 해당국 식약청 기준에 맞는 임상을 반드시 해야 하지만 중동 대다수 국가는 국내 임상기준으로도 문제가 없어 공장 실사나 자국 허가 절차만으로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전자 진단, 줄기세포 기술도 수출 예정
의약품 이외에 다른 바이오 분야의 기업도 중동 및 남미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질병을 유전자로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균의 유전자 변형을 감지해 질병 여부를 판별해내는 것.
바이오니아 박주선 차장은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시작된 유전자 진단 시장이 최근 중동이나 남미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집트 현지 대리점을 통해 우리 기술을 수출하려고 최근 물량 규모까지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바이오트론은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 배양장비의 중동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바이오트론 장규호 사장은 “향후 중동지역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이뤄지게 되면 줄기세포를 보관하고 키울 수 있는 우리 회사의 장비가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의료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지방줄기세포로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알앤엘바이오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바이 등에 이 기술을 이전해 현지에서 병원을 공동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바이오기업 중동, 남미 진출 지원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는 지난 8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페루로 국내 10개 바이오기업 담당자로 구성된 시장개척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각국의 보건 관련 부처로부터 의약품 수출 및 등록에 필요한 절차와 기간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현지 기업 관계자들도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이 협회뿐 아니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바이오벤처협회에서도 국내 바이오기업의 중동이나 중남미 현지 전시회 참여를 지원하는 등 비즈니스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oung@donga.com |